입독 2주차, 짜파게티가 먹고싶다.
나는 한국에서 군생활을 제외하면 약 7년의 자취경험이 있다.
자취템의 99.9%는 모두 쿠팡을 통해서 마련했다.
딸깍 한번이면 길어봤자 24시간 안에 집앞까지 배송해주고,
환불도 매우 쉽기 때문이다.
팬데믹 + 쿠팡에 길들여진 이몸은
내 무빙을 매우 나태하게 만들었고, 군생활 때 만들었던 내 슬림한 몸을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씹돼지로 만들기도 하였다.
물론, 몸무게가 비트코인마냥 어느 날 수직상승 한건 아니고,
개잡주 국내주식차트 무빙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지금의 와이프와 먹방투어를 하면서 떡상하여 피크를 찍은것이었다.
한때, 격투기도 했고, 1대1 pt도 받고, 삭센다도 맞으면서 등등 잘 빼기도 했지만
내 신체적 방어본능 때문인지
다이어트 난이도는 계속 어려워지고
결혼 전 마지막 연애라는 보스 앞에서, 내 몸안에 숨겨진 야수는 나를 집어삼켰다.
(경각심을 느끼고 최근엔 위고비맞으며 약 10kg 이상 감량 중, 다이어트 챕터는 별도로 다룰 예정)
그리고 어쩌다보니 독일로 이민을 오게 되었고,
쿠팡과 배달음식을 끊게되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단현상이 생기고 있다.
꼬레아에선 딸깍 한번이면.. 양질의 고기와
무거운 음식들도 문앞에 가져다줬는데..
하지만 여기는 독일이다.
내가 직접 걸어서 마트로 가야하고,
한국에서는 맘만먹으면 수돗물이라도 그냥 마실 수 있었던 물도 여기선 모두 직접 사서 마셔야했다.
군생활 당시 탄박스를 나르듯이, 나는 매일매일 장을 보고 물부터 가벼운 물건들을 계속 숙소로 조달했다.
그동안 쿠팡에 길들여진 내 몸은 나약해졌는지, 이런 단순한 장보기에도 땀이 비오듯 흐르고 체력이 금방 바닥났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인건비가 묻으면 모든 물가들은 한국의 1.5배~ 2배가 되었다.
배달앱이 있었지만, 한식들에 비해 땡기는것도 없고 가격이나 서비스나
모든것들이 그닥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독일의 마트물가는 한국보다 엄청나게 저렴하다. (다만 환율때문에 엄청난 체감은 안된다는게 함정)
그리고 소량으로 구매하는 단품들은 여전히 경제적인 선택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글로벌 1황 아마존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최근에 한국에서 발급받은 카드주소와 <> 아마존에서 설정한 배송지가 상이한 이슈로 잠시 계정이 정지되었지만
네이버의 발빠른 대처덕분에 단 2일만에 정지를 해제했다.
게다가 현지 계좌 및 카드를 발급받았기 때문에 "딸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쿠팡로켓와우처럼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는게 여러모로 유리하기때문에 가입했다. (첫달은 무료)
내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나는 아마존에서 먹고싶던 짜파게티 5개 팩을 구매했다. (7.49 €)
신라면은 보이는데 짜파게티는 일반 독일마트에서는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을 기준으로, 이런 간단한 것들은 배송하면 다음날까지 배송을 보장해준다고 노출되어 구매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자, 몇시쯤 배송이 된다는 현황이 노출되었다.
국내 택배 배송조회만큼 상세한 이력은 노출되지 않지만, 나름대로 봐줄만한 정도로 깔끔한 ui다.
그리고 배송 요구사항도 상세하게 기입할 수 있었다. (확인해보니 결제 전/후 수정 가능)
내가 거주중인 임시숙소에 대한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기입하는 란,
집 구조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에 따라서 어디에 물건을 둘 것인지 (마당, 문앞, 창고 등),
부재 시, 어떻게 처리 할 것인지 (문앞에 둘것인지, 이웃에 맡길것인지, 기타 등)
...
나는 현 시점에서 독일어는 거의 못한다고 보면 되지만,
아래와 같은 문장 번역을 챗gpt에게 맡겼고, 그 결과물을 delivery instructions에 남길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타고 x층 xxx호로 배송해주세요.
부재 시 문 앞에 놓고, 안전을 위해 사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 독일어는 못하지만 영어는 조금 할 수 있습니다.
Bitte mit dem Aufzug in den x. Stock (Wohnung xxx) liefern.
Bei Abwesenheit bitte vor die Tür stellen und zur Sicherheit ein Foto schicken.
Hinweis: Ich spreche kein Deutsch, aber ein bisschen Englisch.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가 기재해둔 주소로 잘 배송이 올 것인가?
배송은 잘 받을 수 있을까?
...
참고로 아래 스크린샷은 다른 제품 주문건인데
보이는 바와 같이 배송 스케줄도 조정할 수 있었다.
주말 버튼은 딤드처리 되어있고, 선택이 안되는 듯 하다.
딩동
아마존에 기재된 배송예정시간 내에 벨이 울렸다.
나는 문을 열었고, 독일 순혈처럼 보이는 내 또래의 아저씨가 아무말 없이 내 눈만 마주치고 물건만 건내주고 갔다.
나만 혼자 "헬로우" / "땡큐"만 말했는데, 독일어로 말했어도 아무말 안했을거같다.
그리고 나서 1분 뒤,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그리고 포장지는 쿠팡처럼 단단한 박스가 아니라,
맥도날드에서 음식주문하면 나오는 종이재질인데 살짝 두꺼운 종이에 포장되어 오는 느낌이었다.
뭔말인진 모르겠지만 재활용은 확실히 가능해보였다.
짜파게티는 막 던져서 그런지(?) 봉지를 만져봤을때 테두리 부분은 면이 부숴진듯 했다.
그래도 전자제품을 주문할 때는 뭔가 파손방지 포장이 될거같긴 하다.
그렇지않고서야 아마존은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
아마존 계정정지가 풀린 이후
짜파게티가 너무 먹고싶었던 나는 5개짜리를 무심코 주문했고, 다음날 도착했다.
요컨대 이틀 뒤에 배송예정인 프린터 / 쇼핑용 트롤리 / 드라이기도 올 예정인데
해당 제품들은 부피가 큰 제품이고, 파손이 되면 안되는 제품들이다.
그래도 이번에 내 배송지가 올바르게 기입된 것이 증명되었고, 상품수령에 큰 이슈가 없었으니
이틀 뒤 배송예정인 상품들도 파손 문제없이 잘받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