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역시 한국이 치안 하나는 최고야."
정말 그럴까?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에서 몇 달 살아보니,
그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내가 직접 체감한 독일의 치안 상황과, 한국의 범죄 현실을 비교해보려 한다.
특히,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실제 동네 분위기와, 두 나라에서 각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범죄 유형들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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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범죄, 겉보기엔 깨끗한데
내가 중고등학생이던 시절,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이 돌았다.
진짜로 마약 하면 헐리우드 영화나 미국 힙합 이야기처럼 들렸지, 우리랑은 상관없는 얘기 같았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고등학생이 SNS로 마약을 주문하고, 연예인이 마약 투약으로 연달아 구속되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마약류 범죄자 수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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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건 음주운전이다. 한국은 처벌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사회 전체가 아직도 "한 잔 정도는 괜찮아"라는 분위기다.
실제로도 매일 수십 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그 중 일부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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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촉법소년 문제. 형사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아무리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감옥에는 안 간다. 그런데 보호처분 시설은 군대보다 낫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람 패고도 반성문 쓰면 끝. 범죄자 인권은 넘쳐나고, 피해자 인권은 늘 뒷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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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취득도 문제다. 13시간만 학원 다니면 면허가 나오고,
그 면허로 차를 끌고 초보딱지를 붙이고 도로를 달린다. 그러다보니 운전이 곧 흉기가 되는 일도 흔하다.
경범죄에 대해서도 한국은 너무 관대하다.
지하철에서 난동을 부려도 정신이상으로 넘어가고,
사기꾼은 합의만 보면 실형을 피한다.
결국 "죄 지은 놈이 당당하고, 피해자가 눈치 보는 나라"가 되어버린 거다.
프랑크푸르트의 민낯, 이질적이지만 납득가는 풍경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 중앙역 근방 분위기에 살짝 놀랐다.
대마초 냄새가 진동했고, 노숙자나 알 수 없는 사람들 무리가 바닥에 앉아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다.
독일은 마약이 합법인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도 도시 곳곳에서는 마약이 너무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 지하철역에서도 마약을 파는 걸 봤다는 글이 레딧에 여러 번 올라왔다.
실제로 와이프가 다니는 회사 동료는 몇주 전 s반 안에서 아침부터 주사기를 꼽고 있는 사람을 보고 경악했다고 했다.
예컨대 경찰들이 총을 들고 다니는 건 일상이다.
태도는 한국보다 훨씬 강압적이다. 정지 명령을 무시하면 바로 무릎 꿇리고 수갑을 채운다.
물론, 이게 무섭다고만 볼 일은 아니다. 법 위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명확하다는 점은, 처음엔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뢰감으로 바뀐다.
재밌는 건, 그런 험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독일 시민들은 오히려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경우엔 경찰이 좀 더 세게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니까.
이것도 독일 특유의 강한 공공성 문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미국까지는 아니더라도 강경하게 범죄자를 실탄으로 응징했으면 한다.
한국의 낙후 지역 범죄는? 겉으론 평화지만 속은 곪았다
서울만 보면 한국이 정말 살기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안 염전노예 사건을 기억하는가?
장애인들이 돈도 없이 염전에서 강제로 일했고, 도망가려다 잡혀서 폭행당한 일이 수년 간 벌어졌다.
대한민국에서, 21세기에 말이다. 게다가 이런 일들이 그 지역에선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었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다.
또한 농촌 일부 지역에서는 귀농하려는 외지인을 대상으로 이장이 돈을 갈취하거나,
지역사회 전체가 텃세를 부리는 일도 있다. 실체적 진실이 숨겨지고, 지역 언론이 이를 덮는 구조는 마치 작은 독재국 같다.
'IQ 79' 염전노예 착취 가해자 군의원 됐다...재산 67억 신고
2014년 직원을 폭행하고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구속된 전남 신안군 염전업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신안군의원으로 재임 중이라는 근황이 전해졌다.염전 피해자 법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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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은 경찰 숫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동체가 법과 상식을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독일의 낙후 지역, 동독의 그림자
독일도 낙후된 지역이 있다.
대표적으로 구 동독 지역. 경제적 낙후와 함께,
일부 극우 성향이나 외국인 혐오가 남아있는 곳이 여전히 존재한다.
라이프치히 일부 구역이나 작센주의 특정 지역은 범죄율이 높고, 경찰력도 부족한 편이다.
베를린에서도 외곽 쪽으로 가면 빈민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동네들이 있다.
다만 한국처럼 지역 카르텔이나 폐쇄적 문화는 덜하다. 문제는 있지만 숨기려 하지는 않는다.
"옛 동독지역서 난민대상 증오범죄, 서독지역의 10배" | 연합뉴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에서 옛 동독지역에 거주하는 난민들이 옛 서독지역보다 증오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10배 이상 높다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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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다 드러나고, 정부도 꾸준히 통계로 발표한다.
그건 장점이다. 한국에선 아직도 지역 문제를 감추려는 경향이 강하니까.
한국과 독일, 범죄의 결은 다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는 단연 사기다.
투자사기,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등등.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방어를 덜 하게 만드는 수법이 매번 진화하고 있다. 절도나 폭력보다 훨씬 넓고 은밀하게 퍼진다.
반면 독일은 재산범죄, 특히 절도가 가장 흔하다.
자동차 부품 도난, 소매점 절도, 주거 침입 등 유형 자산을 노리는 범죄가 일반적이다.
이건 경제 구조와도 연관이 있다. 독일은 현금 사용 비중이 높고, 자동차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이런 유형이 많다.
결론 : 독일은 무섭지 않다. 다만, 다르다
독일이 위험하다고?
솔직히 말해보자. 나는 한국에서 촉법소년이 꺼드럭 거리며 돌아다니는 거리보다,
독일에서 경찰이 총 들고 지키는 거리에서 더 안심이 된다.
마약쟁이들이 거리에 있다는 건 맞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나한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법을 어겼을 때 단호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건, 외국인 입장에서 굉장히 큰 안정감을 준다.
한국은 표면적으론 안전하지만,
법망은 허술하고 정서적으로 범죄를 감싸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전과 4범도 대통령이 되는 세상 아니던가?
반면 독일은 겉으론 거칠어도 안쪽은 꽤 단단한 편이다.
결국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시스템이다.